안녕하세요. 포토그래퍼 한정민입니다. lapis라는 필명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한 건 7년 전이고, 본격적으로 필름 작업을 한 지는 4년쯤 된 아마추어 사진가입니다. 주로 자아 세계를 이미지화하는 추상 사진을 추구하는 편이고, 그 정서를 연장한 인물 및 풍경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짧지만 상업 사진의 경험도 있고, 2006년에 모교인 연세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했었습니다.
2. 프로필을 보니 국어국문학을 전공 하고 계시던데 전공과 상관없는 사진을 찍게 되신 동기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자아 세계를 어떠한 매체에 투영하여 표현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말하자면 예술 활동이죠.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글로는 미처 표현할 수 없는 어떠한 심상들에 직면할 때가 많았고, 이것을 이미지화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게 사진입니다.
결국 문학이나 사진, 이 모두는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제게 있어선 적극적인 표현의 수단이자 과정이라는 것에서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3. 공부와 사진을 동시에 하시면서 힘드신 점은 없으신가요?
아무래도 저는 사진학과 전공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진 하는 행위 자체가 학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되려 해가되는 일이 많았지요. 아무래도 시간을 뺏기니까요. 말하자면 ‘학업과 예술 활동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고단함’에 관한 얘기라 할 수 있겠는데, 결국 본인이 무엇을 더 원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겠지요.
이를테면 시험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좋은 장소를 발견하고, 빛이 때마침 좋은 시기라 지금 그것을 찍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에, 저의 경우엔 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간 성적이 좋을 리 없겠죠. 아무래도 지금 한창 학업중인 학생들에게 권장할 만한 태도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엔 학업이 더 중요하니까요. 저 역시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당장 원하는 작품이 눈앞에서 그려질 때에 그것을 도무지 놓칠 수가 없는 것이지요.
핵심은 사진을 취미로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취미로 본다면 여가 선용에서 그쳐야 하는 게 당연하니까요. 결론을 얘기하자면 전 사진을 마냥 취미로 생각지는 않는단 거겠지요. 물론 사람들이 물을 때에는 보통 그냥 취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좀 우스운 얘기인가요.
4.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예술이 그렇겠지만, 사진의 경우에도 특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품에는 숙성의 기간이 필요하다고나 할까요. 찍고 나서 바로 보았을 때는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 단지 며칠만 지나도 시들해지는 게 있는가 하면, 수년 전에 찍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사진이 뒤늦게 재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니 이 사진을 내가 어째서 간과했던 거지, 라면서 말이죠.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조금 난감해집니다. 지금의 선택을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힘을 빼고 편하게 이야기해서,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를 말하자면 ‘Return'이라는 시리즈의 한 작품입니다. 한여름 집 현관에 쳐놓은 발에 햇살이 비친 풍경을 찍은 사진입니다. 허름한 제 집의 소소한 일상을 담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미지적인 결과가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아무래도 개인적인 추억이나 심상이 결부되어서 유독 마음에 남는 사진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못 찍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때문에 애정이 각별하다고나 할까요.
( 사진 참고 : http://liquid-fantasy.net/zboard/data/return/return106.jpg )
5. 작업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아니면 작업을 하면서 힘든 사항)
사진 찍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인데, 막상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면 촬영 제재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페나 바와 같은 곳들을 비롯해서 인테리어가 그럴싸한 새로 지어진 건물들에선 대체로 촬영을 못하게 하는 편입니다. 심지어 고급 주택가에선 골목조차도 촬영을 막더군요. 전에 이태원의 주택가에서 예쁜 담벼락을 찍고 있을 때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촬영을 못하게 하는데 참 황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인 작품을 찍다가 제재를 받는 건 사실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다음에 찍으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모델을 대동한 인물 촬영 시에는 문제가 됩니다. 계획된 스케줄 및 컨셉대로 촬영하지 못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인물 촬영 때에는 로케를 정하면서 촬영 가능 여부를 확인해두는 편입니다.
6. 어떤 사상을 추구하여 작품에 반영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극히 개인적인 심상을 표현하는 데에 주력하는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다큐를 지향하지 않기 때문인데,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거나 리얼리티를 잡는 데에는 관심이 덜한 편입니다. 아직은 내 얘기를 하기에도 바쁜 탓이겠죠.
사진에 나의 정서를 담되 그 흐름이 일관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딱 보았을 때 이것은 누구의 사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가끔 자신이 갖고 있는 한결같은 정서에 스스로가 지겨워질 때가 있기 때문이죠. 대체로 사진은 일관된 작업이 중요한데, 아직 저는 좀 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외 스타일적인 면에서 얘기하자면, 음울한 동화와 같은 파스텔 톤 색감이나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프레임에 집착하는 편입니다.
7. 사진이 갖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진의 매력이자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누구나 쉽게 배워서 쉽게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도 그런 부분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사진을 시작할 수 있었기도 했구요. 지금 한국은 온 국민이 사진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카메라 한 대 쯤은 가지고 있죠. 이처럼 사진 찍는 것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이 되어가면서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이 양산되어 나온다는 점은 예술의 대중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이런 부분에 현대 사진예술의 맹점 역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쉽게 자신이 예술가라는 느낌을 받고 거기에서 만족을 얻기 때문에, 정작 타인의 작품을 보는 시각은 옹색해지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지요. 사진은 찍는 것만큼이나 감상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타인의 작품을 받아들이는 감상 문화가 무엇보다도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8. 사진작가로서의 직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아마추어로서 사진작가의 직업을 평가할 만한 입장이 아니어서 말하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부차적인 것들에 관한 요구사항이 많기 때문에 쉽게 다가설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운과 남다른 열정도 따라야겠죠.
사진작가라 하면 예술과 상업으로 분야가 나뉘기 마련인데, 경계가 명확하기도 하지만 또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상업을 기본으로 하며 개인 작품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곤 하지만, 실상 그러한 생활이 쉽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어쨌든 저로선 막연히 생각했을 때에 동경할 만한 직업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업 작가로의 꿈은 늘 열어두고 있습니다.
9. 앞으로의 계획은?
아무래도 사진을 계속해서 찍겠다는 계획밖에는 얘기할 수 없겠죠. 구상하고 있는 테마나 컨셉들이 있기 때문에 하나씩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지금처럼 온라인상에서의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고, 갤러리에서의 전시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없습니다. 2006년에 개인전을 했었는데, 그때의 경험과 현재 사진을 대하는 저의 태도 등이 맞물려서 전시에 대한 생각이 다소 조심스럽습니다. 언젠가는 하게 되겠죠. 사진가에게 있어 전시만큼 흥분되는 것도 없으니까요.
저의 갤러리 사이트( http://liquid-fantasy.net )를 비롯하여 각종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계속 해 나갈 생각이니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0. 대림학우들에게 한 마디만 해주세요.
저는 학교라고 하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해서 학교를 담은 사진도 많구요. 아쉽게도 아직은 대림대학교를 방문해본 적이 없는데, 언젠가 사진으로 담게 될 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찍는 것이든 보는 것이든 간에 사진을 좋아하는 많은 대림 학우 분들이 즐겁고 행복한 사진 생활을 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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